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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안의갈비탕 이야기 (함양군 안의면)

by 장반장 2016. 11. 16.

출처 : 경남신문 2002년 7월 29일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337143


올봄에 직접 찍은 안의갈비탕 올봄에 '광대고속도로' 개통 기념으로 전라지역을 당일치기하면서 들러 직접 찍은 안의갈비탕



함양 안의밖의 타지역 사람들은 「안의갈비찜」을,  안의 사람들은 「안의갈비탕」을 얘기한다는 것을 함양군 안의면에 가서야 알았다.


안의갈비탕은 「유래」라 할 만한 것이 있고, 찜은 그저 자연스럽게 생겨난 음식이라는 것이 그곳 사람들의 설명. 갈비탕을 유난히 잘 끓였던 안의면 다수(월림)마을의 김말순 할머니가, 말하자면 그 안의갈비탕의 「원조」다. 


그저 그런 해장국집을 운영하던 김 할머니가 언제부턴가 끓여 팔기 시작한 갈비탕이 그야말로 「히트」를 쳤나보다. 음식이야 그 전부터 있었지만 김 할머니의 갈비탕은 시원한 것이 정말 맛있었다고 다수마을 노인들은 회상한다. 


김 할머니의 갈비탕이 유명해진 데는 한 지방 부군수의 역할이 컸다는 에피소드를 식당주인이 들려줬다. 갈비탕의 맛에 반한 타지방 부군수가 출근하다시피 안의면까지 와서 밥을 먹자, 이를 알게 된 언론에서 비난 기사를 실었다고 한다. 그덕에 김 할머니의 갈비탕은 뜻밖의 유명세를 타게 된 셈이다.


안의토박이 이철수씨는 저서 「안의사람 맞쏘..」에서 60년대 가장 유명했던 음식으로 김 할머니의 갈비탕을 회상하고 있다. 그러나 보람도 없이 할머니의 가게는 1980년께 안의면이 소도읍을 정리할 때 소액을 보상받고 간판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할머니의 갈비탕이 여기서 대가 끊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같은 마을에 살던 강호천·김계술씨(삼일식당) 부부가 식당을 열 때 할머니의 며느리가 주방장으로 들어왔고, 그 때부터 10여년간 이 식당에서 국물내는 법을 강씨 부부에게 「전수」했다. 이 정도가 안의갈비탕의 역사라면 역사다.


다음은 맛. 두 음식을 먹어보면 안의갈비찜이 갈비탕보다 외부인에게 더 유명해진 까닭을 알 법하다. 범인(凡人)들의 입맛으로는 갈비탕의 깊은 맛의 차이를 구분해내기보다 달콤짭짤한 갈비찜의 맛을 가려내기가 더 쉽기 때문일 것이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질긴 쇠고기에 이처럼 어울릴 수 있을까. 갈비찜 맛에 대해 주인 강씨는 『특별한 비결이 있으면 좋겠지만, 찜이고 탕이고 맛은 고기의 질이 좌우한다』고 잘라 말한다.


4~5년생 한우 암소의 갈비를 먹기좋은 크기로 자른 뒤 칼로 기름을 대강 제거한다. 이 고기를 한번 삶아낸 다음, 삶은 물은 버리고 연해진 지방을 다시 잘라낸다. 쇠고기 기름은 맛에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손질한 고기를 다시 끓여내면 갈비탕이 되고, 삶은 고기에 오이, 당근, 다진 마늘, 집간장을 넣어 찌면 그 유명한 안의갈비찜이 된다.


갈비찜의 맛이 고급스럽고 풍부하다면 갈비탕은 따로 다대기를 넣지 않아도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두번이나 삶아내고 기름을 제거한 덕에 갈비탕에 흔히 떠있는 기름이 뵈지 않고,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이쯤되면 그 부군수가 할머니 가게로 출근했던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될 정도.


김 할머니가 네댓평 남짓한 식당에서 갈비탕을 팔았다던 그 다수마을은 재래식 「뒷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날동네. 땡볕을 피해 마을의 큰 정자나무 밑에 모인 노인들이 계곡물을 끌어들여 만든 물길에 손도 담그고 깨도 씻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다.


한 노인에게 김 할머니의 갈비탕에 대해 묻자 『맛있기야 참말 맛있었지만서도, 신문에 날 맨치로 유명하나?』고 되묻는다. 안의가 유난히 쇠고기 요리로 유명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안의가 옛날에 「현」이었다 아이가. 함양, 거창에서 최고로 치는 양반동네니까 소고기같은 비싼 음식도 많이 있었겄지』 라고 나름의 해설을 들려주는데, 그 모습에서 안의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안의사람」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갈비찜, 갈비탕이야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하루종일 손도끼로 갈빗대를 쪼아서 갈비탕을 끓여냈다는 김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맛본 안의갈비탕·갈비찜은 어쩐지 「진짜」인 것 같다는 싱거운 생각이 든다. 


신귀영기자 beaut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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